원작은 최대한 반영하며
시대적 배경 현대로 옮겨
세남녀 가슴 아픈 사랑속
추악한 인간의 모습 담아

극 중 아름다운 아리아들
깊은 비극적 감동 자아낼것
음악·극 조화이룬 토스카로
마음의 트라우마 치유받길

이탈리아가 낳은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의 오페라 중 가장 비극적이고 사실적인 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토스카’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3막으로 구성된 토스카에는 고문과 살인, 자살과 배반 등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온갖 부정적 요소를 담고 있지만 그럼에도 토스카는 아름답다. 극의 구성이며 무대효과, 매력적인 선율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을 뜨겁게 끓어오르게 한다. 지금껏 토스카가 오페라 역사상 가장 찬란히 빛나는 위대한 작품으로 남아있는 이유다. 대전예술의전당은 2018년 ‘라 보엠’, 2019년 ‘투란도트’에 이어 올해 토스카로 푸치니 걸작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는다. 표현진 연출가, 김광현 지휘자를 만나 무대 뒷이야기를 들어본다. 

 

표현진 연출가 · 김광현 지휘자에게 듣는
오페라 ‘토스카’ 무대 뒷이야기

▲ 표현진 연출가


 악(惡)의 끝자락에서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순간이다. 지난 2020년 출연진 구성까지 마치며 대단원을 향해 가던 공연 준비는 코로나19 앞에 멈춰 서버렸다. 지금도 감염병의 위세는 여전하지만 그앞에서 나약해질 순 없다. 예년이면 특별해 보이지 않았을 수 있는 토스카가 이번만큼은 유독 특별히 다가오는 연유다.

“감염 위험에 마음 졸이며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중단된 공연을 이제 올리게 돼 감회가 새로워요. 긴 시간 노력했으니 관객들이 푸치니 3대 오페라의 마지막 버전을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푸치니 오페라 중 사실주의의 걸작으로 꼽히는 토스카는 1800년 프랑스대혁명 이후 나폴레옹 전쟁 시대 격정의 로마를 배경으로 하루 동안 벌어지는 세 남녀의 가슴 아픈 사랑과 비극적인 결말을 담고 있다. 이미 세상엔 다양한 해석을 담은 토스카가 여럿이다. 표현진만의 토스카는 오늘 바라본 어제다.

“원작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옮긴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죠. 특히 무대를 독특하고 색다르게 구성했어요. 성스러움의 상징이지만 파괴되는 성당, 전쟁으로 복구 불가능해진 비극의 천막 등 대조되는 콘셉트가 많죠. 의상 역시 현대의 상황을 반영하면서도 1800년대 느낌을 살리는 형식으로 클래식하게 풀었습니다.”

무엇보다 표 연출가는 토스카를 위해 인간의 추악함이 어디까지 향하는지 어림짐작이라도 해볼 요량으로 한때 공부 삼매경에 빠졌단다. 시간적으로 200년은 훌쩍 넘은 그 날 배경이 퍽 오늘과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문에서다.

“전쟁 과정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많잖아요?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딱 그런 셈이죠. ‘인간은 얼마나 사악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탐구했습니다. 전쟁이 이렇게 위험하고 무서운데 2022년 우리는 달라졌는지에 대한 질문을 담으려고 했죠. 특별히 경찰총장을 진짜 악마같이 그렸는데 이런 인간은 다신 보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그런 까닭으로 표현진표 토스카는 14세 이상 관람 가능 공연이 됐다. 전쟁과 음모, 살인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자라나는 미래세대를 위한 웃픈 배려다. 그는 관객들이 공연장에 오기 전 살짝 예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토스카에 대한 간단한 공부가 공연 후 감동의 크기를 배가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표 연출가에게 엿보인다.

“큰 내용의 줄거리를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공연을 관람한다면 작품이 더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토스카 버전과 비교도 하면서 공연을 보면 오페라의 매력도 느끼길 수 있을 겁니다.”

 

김광현 지휘자
김광현 지휘자

 음악에 담긴 치유의 힘 

음악은 신비스러운 힘을 가진 묘약이다. 오페라에서 음악은 극과 조화를 이룰 때 최고의 가치를 가진다. 아는 사람들에겐 명곡으로 꼽히는 ‘오묘한 조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별은 빛나건만’ 등 아름다운 아리아들이 등장해 깊은 비극적 감동을 자아낸다. 정교하고 본연의 음악적 사운드를 빛나게 한다는 평을 듣는 김광현 지휘자지만 토스카 공연을 앞두곤 어깨가 퍽 가볍지 않다.

“푸치니의 경우 워낙 극장을 위한 작곡을 했기 때문에 음악도 모두 달라요. 오페라가 대개 그렇지만 특별히 토스카에선 오케스트라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등장인물의 캐릭터, 악기 하나하나에 모든 표현을 넣기 위해 노력했죠. 저 역시 제대로 된 풀 오케스트라로 음악을 연주하려고 하는데 이번 공연이 그런 경우예요.”

그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와 대전시티즌오페라콰이어, 예신주니어꿈나무합창단을 이끌며 관객들에게 오페라의 매력을 한껏 선보일 계획이다. 어떤 공연이 무대에 서기가 그리 순탄하겠냐만 김 지휘자는 토스카를 만나며 나름 운이 따라주는 모양이다. 하기야 만 33세 때인 2015년 국·공립 음악단체 수장으로는 최연소로 원주시립교향악단을 이끌었으니 그럴만하다.

“푸치니의 오페라에선 아이들이 등장하는 신(Scene)이 자주 있어요. 템포에 대한 적응이나 경험면에서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데 토스카 무대에 오르는 친구들은 연습이 잘 돼 있고 실력도 괜찮아 관객들이 공연 보는 데 무리가 없을 겁니다. 오케스트라에서도 극장을 뚫을 것 같은 사운드가 나올 것 같고요.”

무엇보다 공연을 함께하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는 앞서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터라 김 지휘자는 푸치니 음악으로 관객들을 끌어 오르게 할 자신이 있단다. 그들의 유연한 역량을 확신하는 데에서 오는 자신감일 게다. 물론 오케스트라 피트 안에서 지휘하는 일이 퍽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 체력적으로 힘들겠지만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준비는 끝났다.

“토스카에선 등장인물 간 팽팽한 긴장감과 당시 유행하던 그랑기뇰(Grand Guignol)을 음악 안에 절묘하게 녹여냈어요. 그랑기뇰은 관능적이고 기괴한 공포를 자극하는 기법이죠. 또 각 인물의 성격을 특징적인 선율로 나타내는 라이트모티브(Leitmotiv)를 사용해 관객의 작품 이해를 돕는 장치도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어느 순간도 눈과 귀를 무대에서 떼지 못할 거예요.”

미래를 꿈꾸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꽃다운 젊음의 희생 앞에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다. 그래서일까. 김 지휘자가 용기 있는 제안을 던진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국가적인 애도 분위기 속 국민들이 마음의 트라우마로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의사는 몸의 병을, 예술은 마음의 병을 고친다고들 하죠. 이럴 때 예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관객들이 공연을 통해, 예술을 통해 힐링하며 치유 받길 바랍니다. 그렇게 하는 게 우리 예술가들의 역할 아닐까요?”

대전예당 제작오페라 토스카는 10일부터 13일까지 아트홀에서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5시, 일요일 오후 3시에 만나볼 수 있다.

글=이준섭 기자 ljs@ggilbo.com·사진=대전예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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